'부처님오신날' 새로 단장한 미소에 머물다 "한송사 터 석조보살"을 공개했다.
한송사는 강릉시 강동면 남항진동(하시동리)에 있던 절입니다. 국보 ‘한송사 터 석조보살’은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강릉 한송사 옛터에 자리했던 고려시대 보살상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강릉 한송사 터 보살상(옛 지정번호 국보 제124호)은 1912년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1965년 한일협정에 따라 반환됐다. 보기 드문 흰 대리석으로 표현된 부드럽고 우아한 이 보살상은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로 여겨진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보살상, 강릉 신복사 터 보살상 등과 더불어 고려 초 강원도 지역에서 유행하던 불상 양식을 보여주는 보살상으로, 높직한 원통형 보관(寶冠)을 쓴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백사장으로 뒤덮인 남항진동의 한송사 옛터에는 다행스럽게도 두 보살상을 받치던 대좌가 남아 있습니다. 몹시 손상된 모습이긴 하지만 사자와 코끼리 모습을 한 화강암 대좌인 것은 알아볼 수 있습니다. 『법화경』과 『화엄경』, 『다라니집경』 등에 따르면 사자는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앉는 대좌이며, 코끼리는 자비를 실천하는 보현보살이 앉는 대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자와 코끼리 모양 대좌는 경주 불국사에도 남아 있으며, 9세기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성주 법수사 석조비로자나삼존불에도 사자와 코끼리 대좌가 있습니다. 문수와 보현보살상이 협시할 수 있는 불상은 석가와 비로자나(Vairocāna) 불상인데, 당시 화엄종과 선종에서 비로자나불을 모셨고, 밀교의 영향으로 9세기 중반부터 마하비로자나 불상을 대거 조성하기 시작하는 점 등을 감안하여 한송사 보살상의 본존은 비로자나 불상으로 추정합니다.
보살상은 왕자시절의 석가모니 모습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기에 관을 쓰고 화려한 영락으로 장식합니다. 한송사 보살상에서 보이는 높은 원통형 보관은 고려 초 강릉 인근의 보살상에서 보이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러한 원통고관형(圓筒高冠形) 보살상은 인도의 밀교 도상이 수용되면서 중국에 등장하는데, 밀교가 융성했던 수도 장안과 장안의 밀교 미술이 이식된 산서성 오대산 지역을 중심으로 퍼졌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고관형 보살상은 이후 오대와 송나라 조각으로 이어지고, 요나라 조각에서 더욱 유행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0세기 경 강원도 오대산을 중심으로 한 월정사, 신복사, 한송사(문수사) 보살상에서 원통형 보관이 등장하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한송사 보살상은 높은 원통형 보관이나, 턱에 살이 오른 모습 등에서 월정사나 신복사 보살상처럼 이 지역 보살상의 특징을 보이는데, 이는 오대산 문수신앙과 선종의 사굴산파 융성에 따른 독특한 명주지방 불교문화가 반영된 모습일 것입니다. 당시 명주지방은 김주원 세력의 막강한 후원 아래 경주 못지않은 불교문화를 꽃피웠습니다.
당나라 유학에서 돌아온 통효대사 범일(梵日, 810~889)을 굴산사 주지로 모셔와 구산선문 중 하나인 사굴산파를 개창하게 한 것도 강릉 김씨 호족세력이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범일의 문하에서는 낭원대사 개청(開淸, 834~930)·낭공대사 행적(行寂, 832~916) 등을 비롯한 십성(十聖)이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신라 말 고려 초 이 지역에서는 굴산사를 중심으로 범일이 처음 세운 신복사를 비롯하여, 범일의 문인(門人)이었던 신의두타(信義頭陀) 스님이 머물렀던 월정사, 개청이 주지로 있었던 보현사(보현산사 지장선원) 등이 융성하였습니다. 한송사(문수사)는 9세기 말 10세기 초 보현사와 나란히 건립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한송사 역시 이 시기 강릉 김씨 호족의 후원을 받은 사굴산파의 영향 아래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국립춘천박물관이 ▶ 새롭게 단장한 국보 ‘한송사 터 석조보살’ 전시 공간을 공개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5월 25일 상설전시실 2층에서 새로 단장한 ‘미소에 머물다. 한송사 터 석조보살’을 공개했다.
새롭게 단장한 전시 공간의 핵심은 음향과 조명이다. ‘한송사 터 석조보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관람객이 보살의 미소에 오래 머무르고 공감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시각적 요소가 절제된 공간 속에서 퍼지는 음악은 작곡가 카입(Kayip)의 곡으로 오랜 시간 무심히 보살상을 지나쳤던 자연의 소리와 묘한 울림을 주는 음향이 결합됐고, 관람객은 국보 보살상의 조형성에 빠져들 수 있다.
음악과 더불어 빛도 국보 ‘한송사 터 석조보살’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관람객은 전시 공간에 머물며 마치 달빛을 머금은 것 같은 보살의 미소에 집중하게 된다. 보살을 비추는 조명의 방향과 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변한다. 빛의 변화로 인해 보살의 미소는 때로 온화하다가 한편으로는 그 새하얀 빛만큼 짙어진다. 빛과 음악, 오감으로 몰입하게 된 보살의 미소는 공간에 머무는 이들에게 새로운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새 단장을 맞이해 5월 31일 오후 7시 탁보늬 밴드가 국립춘천박물관 본관 맞이마당(본관 진입로)에서 ‘박물관 속 바이올린: 한송사 터 석조보살’을 주제로 공연을 펼친다. ■ 출처 : 금강신문(https://www.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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